Trans Coming Out Simulator 2018

이것은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이것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1

저는 이 게임의 원작인 Coming Out Simulator 2014를 2015년에 8월 말에 접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한글화가 되어 트위터에서 리트윗되었고, 많은 사람이 플레이하고, 주인공인 Nicky에게 감정을 이입했죠. 저도 포함해서요.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미국식 정서/개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점이었죠. 트랜스젠더 이야기는 왜 없을까 하며 막연하게 투덜거렸습니다. 그런데 2017년 말,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커밍아웃 시뮬레이터를 트랜스젠더 버전으로 만들고 싶어졌어요. 그 당시에 어떠한 혐오 발언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퀴어, 성소수자에게 커밍아웃이란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그와 동시에 무척 두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특히 부모에게는요.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부모님께 가장 혐오 발언을 많이 들었는데, 아마 저와 비슷한 사람이 꽤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커밍아웃을 하고 혐오발언을 듣는 것은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괜찮아. “It Gets Better Together.” 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2

초기에 긴 시나리오를 짜고, 수정했지만 어설픈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 때 저의 시나리오 교정을 Edwin(Edy) 님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그렇게 시나리오를 다 짜고, 코딩을 어찌어찌했으나…

정말 구렸어요.

비교 대상이 명확하게 있는 만큼(원작), 제 게임은 무게도 없고, 내용도 없고, 혐오발언만 가득 들어있는 ‘재미없는 무언가’가 되어있었습니다. 시나리오 부분은 의욕이 줄어 놔두고, 그림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작업물을 넣었는데, 플레이해본 Hardy님이 그래픽이 왜 이렇냐고 묻더군요. 그리고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작업을 해 벡터 이미지를 쓰면 더 나을것이다. 라고 하며 메인 파트의 실험실을 그려주었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그 이미지랍니다!) 나머지 그림들을 제가 다시 작업해 다 넣었으나

여전히 구렸어요.

몇몇 지인에게 플레이를 해주었으면 한다고 부탁했지만 제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못한 게임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평이 나올 리가 없었죠. 그래서 한동안 손을 놓게 되었습니다.


#3

그렇게 저는 계획했던 것들을 다 갈아엎게 되고, (5월에 배포할 예정이었으나…) 6월에, 마음을 잡고, 패치 노트를 쓰기 시작합니다.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라는 느낌이 들어 마무리를 지었지만,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꾸 수정해서 번역을 맡아주신 코드님께 죄송합니다.) 사실 그때 그 스토리도 꽤 괜찮았고, 제가 미세하게 여러 부분을 수정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이 사실을 파악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원작자분이 Coming Out Simulator 2014를 만들면서 고민하던 부분을 읽으니 Coming Out Simulator 2014, 그 부분들을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는 이 게임을 만들면서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했고, 동성애자의 커밍아웃 이야기와 트랜스젠더의 커밍아웃 이야기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띠기도 하지만… 그래도 진실을 말할지, 거짓말을 할지에 대한 갈등요소와 커밍하기 전의 긴장감 등을 녹여내고 싶었습니다.

최대한 부모님께 혐오적 요소를 담가 놓았지만, 아마 몇몇 분은 엄마의 이야기도 그럴듯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저도 그 당시에 설득(?)당했어요. 게다가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 엄마의 말에 무어라 되받아쳐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같은 말을 몇 번 반복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코딩을 못해서 그런 것도 있구요.) 다른 다양한 표현을 하고싶은데, “남자로 인식받고 싶다”는 말 이외에 다른 더 좋은 문장을 찾지 못했어요. 남자가 되고 싶다? 남자이고 싶다? 남자였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이해시키는 데에는 남자이고 싶다라고 쓰는 게 좋을지 모르지만, 다른 오해의 소지도 있어서, 그나마 가장 가까운. 남자로 인식 받고 싶다는 말을 쓰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헷갈리네요.


#4

저의 처음 커밍아웃은 고등학교 때가 아니었지만, 정체화를 한 시기가, 그리고 혐오 발언을 많이 들었던 시기가 고등학교였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저와 연락이 끊긴, 친했던 중.고등학교 친구들이 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5

사실 현재의 트랜스여성 에피소드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다른 한 분의 스토리가 더 있었습니다. (Knice 님 감사합니다.) 그때 만들어진 이야기는 지금 트랜스남성의 스토리와 흡사했습니다. 고등학교(남자반)에서의 혐오, 난장판, 그리고 군대에 대한 스트레스 등.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듣고 시나리오를 짜려니 저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제 경험이 아니다 보니 선택지 하나하나가 다 조심스러워졌어요. 중도에 포기하고, 묵혀두게 되었습니다.

한참 지난 후 어느 정도 제 이야기의 틀이 잡혔을 때, 다른 분께 부탁하게 되었고, 지금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되었답니다. (D-D 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처음 D-D 님의 시나리오를 본 뒤 제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기에 놀랐지만, 무작정 코딩을 하고 지인 두세 명에게 테스트를 부탁했습니다. 그들은 친절하게 피드백을 해주었고, 특히 라인아님(Linea)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6

그리고 어느 정도 완성된 후, 개발자분께 연락을 드려 (opensource이지만 왜인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 Trans Coming Out Simulator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흔쾌히 환영해 주셨습니다. (Nicky Case 님 감사합니다!)


Written on September 22, 2018